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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Daily life

코로나-19와 칩거생활

by 그라치 2020. 2. 28.

1월 말에 미국에 2주간 다녀온 직후 코로나가 '우한'지역에서 시작되더니 어느 순간 한국에도 착륙. 2월 초까지는 그래도 우리나라 대처 잘하고 있었는데, 2월 중순부터 종교단체를 타고 확산되더니 이렇게까지 되다니. (그래도 의료진의 빠른 대처로 이 정도라도 되는 것 같다.) 전염병은 한순간의 방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질본'을 비롯한 공무원들과 의료진들이 번아웃되는 상황이 되다니. 1월 학회에서 외과 의사분들을 만나면서 정말 의사라는 직업은 힘든 직업이라는 걸 피부로 느꼈었는데,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또 다시금 느낀다. 미국에서 귀국하고 코로나 얘기를 들었을 때 당시만 하더라도 '에이 무슨 마스크야. 곧 잠잠해지겠지' 했는데 지금 다시금 돌아보면 기분이 이상하다. 공중보건 역사에 기록될 상황이라서. '설마'했던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2월 중순부터 약 2주간의 칩거생활이 조금은 답답하고 매우 우울하며 심하게 외로우면서도 자유를 느낀다. 개강도 연기되고 사람들도 안 만나고 아르바이트만 가끔 가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일을 하는 일상인데, 거의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미국에 다녀와서 '흥선대원군' 모드인 나로서는 사실 한달 정도 집에만 박혀있고 싶었기에 이 칩거생활이 너무 좋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생활 속에서도 쉬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내 안에 '해야할 일'을 우선시 하는 기제 때문이라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자유시간이 생겨도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할 일'을 우선시하면서 성과 내는 것에 골몰해오던 삶의 잘못된 자세 때문에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칩거생활이 외롭지만 자기교정 시간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서 반갑다.

칩거생활의 대다수는 공부와 요리 그리고 유튜브 및 뉴스 기사 읽기인데, 확진자 관련 뉴스와 고생하는 의료진들에 대한 뉴스 그리고 정치 뉴스이 뒤섞인 뉴스 기사 헤드라인들을 보고 있으면 혼란스럽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를 어떻게든 이용해보려는 정당들과 힘겹게 수많은 사람들을 진찰하고 있는 의료진 관련 뉴스를 동시에 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의 인간 혹은 사회의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정당과 국회의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성'과 '청년' 및 특정 의제는 언제나 선거철에 표를 모으기 위한 낚시대에 걸려있는 미끼라고만 느껴진다. 5-60대 중년 남성이 대다수인 의회는 당연히 그들의 삶만 열심히 대변하고 있는 것만 같다. 

앞으로도 한 2주 정도, 개강 전에 집에서 칩거하면서 이 사이클대로 생활할 것 같은데,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 조금 답답하다. 하루 빨리 코로나가 나아졌으면 좋겠고 자영업자 분들 힘들어하시는게 느껴지는데 다시 사회가 정상화되었으면 좋겠다. 코로나가 이 지경인데도 코로나 걸리면 징계하겠다는 어이없는 K-회사도 있는 현실이지만, 언론에 노출되서 사측에서 결국 사과했다고 하니 아직 제정신은 남아있구나 싶었다.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는 나라에서 참 사람 귀한 줄 모르는구나 또 느꼈던 일이다. 그나마 큰 규모의 회사니까 이렇게 이슈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또 이 사회에는 대학원처럼 얼마나 많은 노동의 사각지대가 있을까 싶고. 한숨만 나온다. 마침 스브스 뉴스에서 관련 제보를 받는다고 하니 관련해서 제보하실 분들은 아래 구글닥스 링크(출처:스브스뉴스 유튜브 계정)로 제보하시면 좋을 것 같다.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w1GCQdqGrvdn2QADd0y8Ez_8fayiinxwiQGh8IO_yPFf8JA/viewform?usp=send_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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