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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향유 | Culture/책책책 | Book

도쿄타워-릴리 프랭키

by 그라치 2014. 1. 19.


릴리 프랭키. 번역본을 읽어도 굉장히 직설적인 표현을 쓰는 작가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신경숙 작가님의 '엄마를 부탁해'보다는 눈물이 쏟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문장들이 너무나 많은 책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잘 묻어난 책이어서 사랑스러웠다.

릴리프랭키는 2006년 '도쿄타워'로 책방 대상을 수상했는데 수상소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기저기서 상을 받고 책이 많이 팔린 것보다 더 기쁜 일은, 이 책을 읽고 한참이나 목소리도 듣지 못했던 부모에게 전화를 걸게 되었다든다 뭔가 쑥스럽지만 오랜만에 함께 식사를 하자고 불러냈다든가 하는 독자들의 반응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다 읽고 책을 덮자마자 벌써 다른 영역으로 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단 1분 1초라도 책을 읽는 이의 생활이나 감각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제게는 가장 큰 기쁨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독자로서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게 되어서 부모님에게 막 대하던 나 자신을 다그치고, 반성하고... 그렇게 되더라... 계실때 잘합시다요!ㅋㅋ 뜬금없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들 수 밖에 없는 생각이라... 일본어 실력을 키워서 언젠가는 일본어 책으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일본과 한국은 참 공통점도 많고 차이점도 많은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도쿄를 서울로 치환시켜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경하는 현대인들의 생활은 서울이나 도쿄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인상깊었던 문장들***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는 건 간단한 것이다. 이를테면 뿔뿔이 헤어져 살고 있어도, 혹은 거의 만난 일조차 없어도 부모와 자식이 '부모자식'의 관계라는 점에서는 달라지는 게 없다, 그런데 '가족'이라는 말이 되면 그 관계는 '부모자식 사이'만큼 간단하지 않다. '가족'이라는 것은 생활의 답답한 토양을 바탕으로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거듭하고 때로는 스스로의 감정을 죽이기도 하면서 키워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보람도 단 한 번, 단 몇 초의 다툼으로 간단히 무너지고 마는 일이 있다.

-하지만 가족관계란 몹시 신경질적인 것이다. 무신경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일수록 실은 세심한 신경이 필요하다. 금이 간 거실벽, 가령 이미 눈에 익어버려서 그것을 웃음거리로 바꿀 수 있다 해도 거기서 확실하게 바람은 들이닥친다. 웃고 있어도 바람은 맞을 수 없는 것이다.

-말로 표현할 능력이 없을 뿐, 아이는 그 상황이나 분위기를 정확히 파악하는 감각이 뛰어나다. 그리고 자신이 이제부터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뛰어난 연기력도 갖추고 있다. 그것은 약한 생물이 제 몸을 지키기 위해 자연스럽게 갖추고 태어난 본능이다.

'부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알지 못할 일이 있다.' 자주 듣는 말이다. 분명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부 당사자만 모르고 있는 둘만의 일'은 어린 아이나 타인의 냉정한 눈에 더 잘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도쿄에서는 '필요한 것'만 가진 자는 가난한 사람이 된다. 도쿄에서는 '필요 이상의 것'을 가져야 비로소 일반적인 서민이고, '필요 과잉한 재물'을 손에 넣고서야 비로소 부유한 사람 축에 낀다.

'가난하더라도 만족하며 사는 사람은 부자, 그것도 대단한 부자이다. 하지만 부자라도 언제 가난해질지 모른다고 겁을 내며 사는 사람은 헐벗은 겨울 같은 벗이다'

-어린 아이의 하루와 한 해는 농밀하다. 점과 점의 틈새에 다시 무수한 점이 빽빽하게 차있을 만큼 밀도가 높고, 정상적인 시간이 착실한 속도로 착착 진행된다. 어린 아이는 순응성이 뛰어나고 후회를 알지 못하는 생활을 보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간 일은 냉혹할 만큼 싹둑 잘라내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광채나 변화에 지조라고는 없을 만큼 대담하게 전진하고 변화해간다. 그들에게는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 같은 건 없다. 어른의 하루와 한해는 덤덤하다. 단선 선로처럼 앞뒤로 오락가락하다가 떠민 것처럼 휩쓸려간다. 전진인지 후퇴인지도 면확하지 않은 모양새로 슬로모션을 '빨리 감기'한 듯한 시간이 달리가 그린 시계처럼 움직인다. 순응성은 떨어지고 뒤를 자꾸 돌아보고 과거를 좀체 끊지 못하고 광채를 추구하는 눈동자는 흐려지고 변화는 좋아하지 않고 먼춰서고 변화의 빛이라고는 없다,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이 덧없이 흘러간다.

-아이는 세상일을 알면 알수록 생각이 평평해진다. 다른 사람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을 원하고, 다른 사람들과 다른 부분은 지독히 싫어하게 된다.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것을 콤플렉스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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